마그마의 기록
첫날 밤
라더궈께 맹세코 뒷북 에일을 몇 모금밖에 안 마셨는데도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마인드플레이어가 나타났다. 어찌나 실감 나던지 촉수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벗어라!" 놈이 머릿속으로 명령하기 무섭게 나도 모르게 몸에 두른 넝마를 전부 벗어 ㄷ던졌다. "받아라!" 놈이 피가 시커멓게 말라붙은 단검을 내밀자 저절로 단검에 손을 뻗게 됐다. 이윽고 마지막 명령이 떨어졌다. "새겨라!"
난 고개를 내저으며 다급히 소리쳤다. "싫어, 안 돼!" 식은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깨 보니 바짓가랑이가 축축했다. 피스트는 개꿈이라고 했지만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해서 직접 겪은 일 같았다.
이튿날 밤
잔째 들이키고 그대로 쓰러졌다. 이번에는 알몸으로 벌벌떨면서 놈이 건넨 단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뒤에서 마인드 플레이어가 손톱으로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새겨라!"
난 벌벌 떨며 비명과 함께 칼날을 가슴에 대고 그었다. 단검을 치우자 피가 낭자한 내 가슴 위에 마인드 플레이어의 얼굴이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깼더니 브리트바가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브리트바 말로는 우리가 드워프의 일파였던 시절, 일리시드의 노예로 혹사 당하며 각인된 기억이 되살아난 탓이라고 한다. 아무튼 과음했다는 이유로 된통 혼이 났다.
"술이 백해무익이야." 브리트바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마실 때는 기분만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