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게이트3 페이룬 동화집 모음

페이룬 동화집 모음

페이룬 동화집 1권 : 어리석은 드로우

옛날 옛적, 멘조베란잔에 자드라는 이름의 드로우 위저드가 살았습니다. 자드는 소서레 아카데미에 다녔어요. 대마법사는 열흘마다 자드를 불러 어떤 마법을 새로 배웠는지 시험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자드는 마법 시전에 실패했습니다.

참다 못한 대마법사는 따끔하게 한마디 했어요. "자네 같은 둔재는 소서레를 다닐 자격이 없어. 앞으로도 이 모양이면 퇴학당할 줄 알아."

자드는 그날 밤 몰래 멘조베란잔을 빠져나와 마인드 플레이어가 산다는 비밀 도시, 오린돌을 찾으러 떠났습니 다. 오린돌에 있는 도서관은 언더다크에서 제일가는 지식의 보고였거든요. 자드는 굳게 다짐했습니다. "온 세상의 지식을 섭렵하고 말겠어. 그러면 대마법사도 날 다시 보겠지!"

하지만 자드는 오린돌을 찾아 헤매다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지치고 허기진 끝에 자드는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어요.

눈을 떠 보니 자드는 넓고 둥근 전당에 있었습니다. 미지의 지식이 깃든 마법서와 석판이 사방에 가득했지요. 오린돌이었습니다!

"드디어 찾았다! 오린돌의 지식은 내 차지야!" 자드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자드는 싱글벙글 웃느라 마인드 플레이어의 올챙이가 왼쪽 눈으로 들어가는 줄도 몰랐어요.

자드의 머릿속으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 내 차지다."

페이룬 동화집 2권 : 용감한 드웨가

지하 도시 그라클스투그에 슐이라는 어린 드웨가가 살았습니다. 슐은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말을 걸 수 있었어요. 슐은 초능력을 갈고닦아 장차 혈족을 손아귀에 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를 찾아가 배울 만한 스승을 알려 달라고 했어요.

대부는 넌지시 말해주었습니다. "어둠 호수를 건너면 남쪽 기슭에 깊은 골짜기가 있는데, 그곳에 이르라는 떠돌이 마인드 플레이어가 살고 있다. 놈이 비결을 가르쳐 줄 게다."

골짜기로 가는 길은 험난했어요. 슐은 아볼레스와 클로커를 물리친 끝에 드디어 마인드 플레이어가 사는 골짜기에 도착했습니다. 이르가 촉수를 꿈틀대며 움막 속에서 모습을 느러냈어요.

"배움을 얻고자 왔습니다." 슐이 당차게 말했어요.

"가르쳐 주마." 이르는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처음 한달 동안 이르는 슐에게 독심술을, 다음 달에는 정신을 조종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정신을 무너뜨리는 법을 알고 싶었던 슐은 좀처럼 성에 차지 않았어요.

이르는 마지못해 슐의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알았다, 이제 정신을 박살 내는 지식은 네 차지다. 다만 한번밖에 쓰지 못 한다. 쓰고 나면 영영 잊어버릴 테니."

혈족을 휘어잡을 준비를 마친 슐은 그라클스투그로 돌아왔어요.

"무얼 배웠는지 어디 보자꾸나." 대부가 슐에게 말했어요.

슐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주문을 시전했어요. 그러자 별안간 대부가 보는 앞에서 슐의 머리가 터져 버렸습니다.

대부는 담담하게 말했어요. "배움이 헛되지 않았구나."

페이룬 동화집 3권 : 엘더의 올가미

옛날에 파이터와 클레릭 자매가 살았습니다. 실력이 뛰어났던 자매는 언제나 새로운 모험에 목말라했어요.

"언더다크로 가자! 엘더 브레인을 해치울 테야!" 파이 터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어요.
"그럼 출발하자! 엘더 브레인이 지닌 힘의 비밀이 궁금 해." 클레릭도 파이터를 따라나섰어요.

둘은 다클링, 데로, 버그베어, 불레트를 해치우며 언더다크 깊이 들어갔어요. 한 달이 지나 자매는 일리시드 군체를 찾아냈고, 모험은 막바지에 이르렀어요.

사투 끝에 자매는 마인드 플레이어 무리를 쓰러뜨리고 엘더 브레인의 소굴에 들어섰어요. 엘더 브레인은 일리시드를 대동한 채 염수 웅덩이에서 둥둥 떠올랐어요. 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매는 머릿속으로 놈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 이름은 카오즈. 여긴 왜 왔느냐?"

"네놈의 힘을 빼앗으러 왔다." 클레릭이 대답했어요.

"네놈이 더는 활개 치지 못하게 무찌르러 왔다." 이에 질세라 파이터도 대답했어요.

엘더 브레인은 말없이 떠 있기만 했어요. 이윽고 강렬한 초능력 에너지가 주위를 뒤흔들자 자매는 순식간에 쓰러졌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꿈도 크군." 카오즈가 말했어요. 그날 일리시드 군체는 맘껏 포식했답니다.

페이룬 동화집 4권 : 마음씩 착한 광부

지하 도시 만톨 데어리스에 딥 노움 부녀가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샘, 딸은 새디였어요. 부지런한 새디는 아침마다 곡괭이를 쥐고 동굴로 나가 보석을 캤습니다. 샘은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 저녁이 되면 보석을 세어보며 더 많이 캐오라고 새디를 채근했어요. "아빠가 페이룬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기 전에는 절대 못 쉴 줄 알아!"

어느 날, 새디는 집으로 가던 길에 낯선 사람을 마주쳤습니다. 온몸이 회색에 작고 깡마르고 꾀죄죄한 데로였어요. 새디는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데로!"

데로가 말했어요. "부탁드려요. 저는 돈도 없고 집도 없어요. 먹을 걸 구하게 루비 하나만 주세요."

새디는 딱한 마음이 들어 데로에게 루비를 줬습니다. 집에 돌아온 새디는 아버지에게 데로를 만난 일을 얘기 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으름장을 놓았어요. "데로는 거짓말쟁이야! 자기밖에 모르는 미치광이란 말이다. 또 보석을 주면 쫓겨날 줄 알아!"

이튿날에도 데로는 새디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부탁 드려요. 집을 구하게 루비 열 개만 주세요." 새디는 데로의 애원에 마음이 약해져 달라는 대로 주고 집으로 갔습니다. 아버지는 새디를 나무랐어요. "고작 이것뿐이냐? 이것 갖고는 턱도 없어!"

셋째 날에는 데로가 동굴로 찾아왔어요. "동생들을 먹여 살리게 루비 백 개만 주세요." 마음씨 착한 새디는 데로에게 루비를 자루째 줬습니다. 자루를 받자 눈부신 빛이 번쩍이더니, 데로는 온데간데 없고 커다란 골드 드래곤이 나타났어요!

"참으로 마음씨가 착하고 너그럽구나. 금은보화를 나누어 줄 테니 내 둥지로 가자꾸나." 그렇게 새디는 황금 드래곤이 사는 휘황찬란한 보금자리로 갔어요.

일 년이 지나 새디는 동굴을 지나다 거지를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거지가 아니라, 새디의 아버지 샘이었어요. "새디야, 아빠가 돈도 없고 집도 없구나. 먹을 걸 구하게 루비 하나만 다오." 샘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새디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쳤답니다.

페이룬 동화집 5권 : 소년과 비홀더

어느 양치기의 아들이 치온타 강둑에서 아버지의 양 떼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양을 지키자니 심심했던 소년은 재미삼아 "비홀더다! 비홀더가 나타났다!" 하고 소리쳤습니다.

아버지가 허겁지겁 달려왔지만 비홀더는 없었어요. 소년이 깔깔대며 웃자 아버지가 나무랐어요. "비홀더가 없는데 비홀더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면 안된다, 알겠니?"

아들은 냉큼 대답했어요. "알겠어요." 하지만 이튿날 에도 양 떼를 돌보는 일이 지루하긴 마찬가지였어요. "비홀더가 나타났다!" 소년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아버지는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소년은 배를 잡고 웃었지만 아버지는 못마땅한 얼굴로 설레설레 고개만 저었어요.

사흘 뒤, 먼발치로 둥그스름한 것이 떠다니는 모습이 소년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굴 한가운데에 큼직한 눈알이 박혔고, 아가리에 뾰족한 이빨이 가득했으며, 온몸에는 눈자루가 빽빽하게 돋아나 있었어요.

"비홀더야! 비홀더가 나타났다!" 소년은 다급히 외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비홀더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소년은 돌아서서 강을 따라 허둥지둥 달아났습니다. 달리고 달리다 높은 강둑에 다다르자 더는 달아날 곳이 없었어요. 이제 꼼짝없이 죽었다는 생각에 소년은 엉엉 울면서 바닥에 웅크렸어요.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들어라!"

돌아서 보니 비홀더는 온데간데 없고, 양털 망토를 걸친 아버지가 있었어요. 망토에는 큼직한 눈알과 함께 이빨이 빼곡한 아가리가 그려져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크고 작은 덩굴이 엮여 있었습니다.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소년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어요.

"이제 비긴 셈이구나." 아버지는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어요.

그렇게 소년은 두 번 다시 비홀더가 나타났다고 외치지 않았답니다.

페이룬 동화집 6권 : 명랑한 딥 노움

언더다크 저 깊은 곳에 도일이라는 넉살 좋은 딥 노움 노예가 살았습니다. 도일과 형제들은 다섯 드웨가 대장장이 밑에서 밤낮으로 뼈 빠지게 철과 미스랄을 캤지요.

"더 빨리!" 드웨가 주인이 닦달했어요. 도일은 시키는 대로 곡괭이질에 박차를 가했고, 주인들이 자는 동안에도 싱글벙글 웃으며 일했어요.

"노예살이를 하 는데 넌 웃음이 나와?" 다른 형제가 투덜거려도 도일은 웃으며 대답했어요. "주인님들이 성공하면 좋겠거든!"

시간이 흘러 드웨가 대장장이들이 훌륭한 무구를 만든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습니다. 일손이 모자라자 드웨가들은 노예를 더 사들였고, 갑옷과 무기를 광산에 가득쟁였어요. 그런데도 도일은 웃음을 잃지 않고 전보다 열심히 일했어요. 이윽고 장사가 크게 번창하면서 딥노움 노예는 무려 스물로 늘어났어요. 스물한 번째 노예가 들어오던 날 도일은 광산이 떠나가라 웃어댔습니다. 근처의 동굴에 있던 드웨가들은 그 시끄러운 웃음소리를 참다 못 해 광산을 찾아갔어요.

광산에 가 보니 도일을 비롯한 딥 노움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만든 튼튼한 미스랄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철제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다섯 드웨가는 중무장한 딥 노움 스물한 명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어요. 그리고 도일은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었답니다.

[동화를 읽은 누군가가 발끈해서 짧은 서평을 남겼습니다.]

완전 쓰레기잖아. 노움들은 이딴 데서 교훈을 얻는다고?

어떻게 봐도 도통 이해가 안 되네. 이딴 게 무슨 교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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